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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여행

한국 여행 - 30대에 떠나는 무전여행 [치악산, 안흥찐빵]

by 건강보고서 2010. 6.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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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대 초반 대학생시절 배낭하나만 달랑 메고 무전여행을 떠났던적이 있습니다.
 충북 단양을 거쳐 소백산을 넘어 영주까지 갔다가 다시 돌아왔었는데... 돈이 없던 시절이라 노숙도 했었고, 비박도 해봤고, 흑염소 농장에 들어가 염소똥을 치워드리고, 밥을 얻어먹고 돌아올 차비를 받았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릅니다.
 벌써 15년 전의 이야기입니다. 30대 중반을 넘어서는 지금도 마음만은 그때와 별반 차이가 없습니다만, 제게는 부양해야할 가족들도 생겼고, 대학때처럼 누군가가 대출을 해주거나 한두번쯤 빠져도 괜찮은 수업이 아닌 직업이라는 것이 생겼습니다. 여러가지 상황으로 인해 무전여행은 이제 더 이상 즐겨볼 수 없는 추억의 여행이 되어버린줄만 알았습니다.

 그런데 지난 주, 개인적으로 여러가지 일들이 생기며 하루 정도의 시간이 제게 주어졌는데요. 집사람에게는 그냥 좀 걷고 오겠노라고 이야기를 하고 가볍게 짐을 챙겨 집을 나왔습니다. 바로 무전여행을 떠나는거죠~~

 목적지도 정하지 않고 우선 집을 나섰습니다. 그리고 도착한 곳은 강남고속버스터미널. 가장 가까운 시간대의 버스를 보니 여주로 가는 버스가 있기에 목적지는 여주로 잡습니다.
 뾰로롱.. 여주에 도착했습니다. 사실 무전여행은 말 그대로 돈 없이 다니는(無錢)여행인데 시간은 1박 2일밖에 없고, 무작정 떠나고는 싶어 우선은 버스를 타고 이동했습니다. 여주에 와서 보니... 여주보다는 원주가 댕깁니다. 산을 좋아하는 편이라... 원주에 있는 치악산이 떠오릅니다. 그래서 다시 버스를 타고 원주로 고고싱~~~
 
 가방안에는 간식거리 약간과 갈아입을 옷 한벌, 양말하나, QT책 한권이 다 입니다. 그냥 무턱대고 나온 걸음이라 뭘 챙기고 할 정신도 없었네요.
 
 원주 터미널에서 내려 버스를 두번 갈아타고 도착한 치악산의 입구. 유명한 산은 다 그렇듯 이곳에서는 구룡사라는 절에서 문화재구역 입장료를 받고 있습니다. 1인당 2,000원... 꼭 내야하는지 의문이 들기도 합니다만... 자연보호에도 사용한다고 하니...
 
 치악산의 등산로 안내도입니다. 맨 위쪽에 있는 곳이 제가 도착한 구룡사쪽 입구이고, 치악산의 가장 높은 봉우리가 비로봉이니... 시간으로는 3시간 20분 정도가 소요되겠네요. 칼로리는 1,470칼로리가 소모되고요.

 * 주의사항 : 사고의 방지를 위해 세림폭포앞 초소에서 오후 2시부터는 입산통제를 한다고 합니다.

 구룡사를 지나 얼마가지 않으면 시원한 물줄기가 산을 찾은 사람들을 반겨줍니다. 바로 구룡소 입니다.
 구룡소는 구룡사 연못에 살던 아홉마리의 용들이 하늘로 올라갈 때 뒤쳐진 한마리가 올라가지 못하고 이 곳에 머물러 살았다고 해서 붙혀진 이름입니다. 
 이 곳에서 30분 정도 더 올라가다 보면 세렴폭포가 나오게 됩니다. 
 
 세렴폭포에서부터 비로봉으로 올라가는 길이 두 갈래로 나뉘는데요. 계곡으로 올라가는 길과 사다리병창길을 통해 올라가는 코스입니다. 거리는 약 100m 정도 차이가 납니다. 저는 아무래도 시원한 계곡이 좋아 계곡길을 선택했습니다. 
 
 치악산 계곡은 곳곳에 크고 작은 폭포들과 맑은 계곡이 흐르고 있습니다. 땀이 나면 계곡에 앉아 발을 담그고 쉬어가는 여유를 즐길 수 있답니다.
 
치악산 곳곳에는 봄 꽃들이 활짝 피어나고 있었는데요. 특히 해발 900m를 넘어서니 철쭉이 이제 막 꽃을 피우기 시작하더군요.

 약 3시간의 산행 뒤 드디어 정상으로 오르는 마지막 계단이 눈 앞에 보입니다. 그 동안 계곡길로 올라오는 바람에 나무에 가려 파란 하늘이 보이지 않았는데.. 계곡이 끝나고 나니 파란 하늘이 너무도 선명하게 눈 앞으로 다가옵니다.

 치악산 정상에서 바라본 사방의 풍경들입니다. 초 여름을 앞두고 온통 녹색으로 짙게 물들었습니다. 그 동안 마음속에 답답했었던 모든 일들이 눈 녹듯 사라지며, 상쾌한 공기가 폐부 깊숙히 스며듭니다. 이 맛에 산에 오르는 거죠~~
 
 내려오는 길, 등산으로 피곤한 발을 시원한 계곡물에 담구어 피로를 풀어줍니다. 6월임에도 불구하고 물 속에 발을 10초도 넣고 있기가 힘들만큼 시원하네요. 정신이 번쩍 듭니다.

 치악산을 내려와 지도를 살펴보니 근처에 "안흥"이라는 지역이 눈에 들어오네요. 찐빵으로 유명한 동네. 고민할 필요도 없이 안흥으로 이동합니다. 
 치악산 구룡지구에서 안흥까지는 약 16km 정도 떨어져 있습니다. 빠른 걸음으로 3시간 정도의 거리죠. 버스 정류소에 갔더니 치악산에서 안흥으로 넘어가는 버스는 이미 끊어졌고, 원주시내로 나가서 버스를 타고 가는 방법이 있다고 하네요. 
 일단 버스를 타고, 원주와 안흥으로 갈라지는 삼거리에서 부터 내려 걸어가기 시작합니다. 우천에서 안흥까지 10km 정도라고 하니까.. 이제 2시간만 열심히 걸어가면 찐빵의 고장에 도착합니다. 헥헥... 6월달인데 날씨가 아주... 한여름이네요
 
 밤 8시 30분... 드디어 찐빵의 고장에 도착했습니다. 헉헉... 어찌나 걸었는지.. 밥도 못 먹고.. 일단 숙소를 잡고 쉬어야겠네요.

 안흥 면내에는 민박집이 2개 있습니다. 멋진 팬션은 아니어도 지친 여행객의 몸을 뉘이기에는 충분하죠. 비수기에 평일이라 가격도 저렴하고요^^

 1박 2일간의 짧은 무전여행. 20대 초반에 떠났던 여행과 15년이 지난 후 지금 떠나는 기분이 하늘과 땅 만큼이나 다르더군요. 나름 많은 것들을 뒤돌아 볼 수 있었던 시간이었고, 산 정상에 서서 내가 걸어온 길과 걸어가야 할 길에 대해 고민해 볼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자주는 못하겠지만 앞으로도 시간이 된다면 무작정 가방 하나 달랑 매고 또 다시 길을 떠나볼 예정입니다. 
 30대에 떠나는 무전여행. 인생의 또 다른 매력으로 빠져 들어가는 유쾌한 오솔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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